곤충이 죽으면 배를 뒤집는 이유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길가에 죽어 있는 곤충의 모습입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곤충은 하늘을 향해 다리를 뻗은 채 배를 뒤집고 죽어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저 누군가 장난을 쳐둔 줄 알았는데, 커서 보니 거의 모든 곤충이 비슷한 자세로 생을 마감하더군요.
왜 곤충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뒤집어진 채 발견되는 걸까요?
인터넷이나 과학 도서를 조금만 찾아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게중심 때문입니다.
곤충의 몸 구조를 보면 등 쪽은 딱딱한 껍질과 날개로 이루어져 있어 무겁고, 배와 다리 쪽은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지탱하지만, 죽거나 힘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이 무거운 등 쪽으로 쏠리며 뒤집어집니다.
또 다른 원인은 신경계와 근육의 마비입니다.
수명이 다하거나 살충제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신경계가 마비되면, 다리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하거나 힘이 풀립니다.
이때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다리가 꼬여 몸이 뒤집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구조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평평한 매끄러운 바닥에서 한 번 뒤집힌 곤충은 주변에 붙잡을 지지대가 없으면 스스로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굶어 죽기도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 우리가 상식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입니다.
내용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사실 제가 진짜 눈여겨보게 된 건 그 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방 한구석에서 뒤집어진 채 다리를 버둥거리는 작은 벌레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공을 젓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게 되더군요.
건드려주면 툭 하고 일어날 텐데, 매끄러운 장판 위에서는 그 조그만 몸을 돌릴 지지대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이와 참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일 바쁘게 치이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나 하루하루 버티는 현대인들도 가끔은 힘이 부쳐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중심을 잃고 툭 쓰러졌을 때,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서기 힘든 그런 차가운 바닥을 경험하곤 합니다.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금 딛고 있는 바닥이 너무 미끄럽고 붙잡을 곳이 없어서 잠시 일어서지 못하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잠시 다리의 힘이 풀려 뒤집어지는 순간은 찾아오니까요.
그저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지지대 하나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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