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의 기원, 조선 시대 왕들도 즐겨 먹던 보양식이었을까?
요즘 퇴근길에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곱창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란 참 어렵습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만 들어도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곤 하죠.
워낙 대중적인 음식이다 보니 문득 이 쫄깃한 곱창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지 궁금해집니다.
흔히 곱창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찾던 서민의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온 반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록은 조선 시대 조리서인 '수운잡방'이나 '규합총서'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소의 내장을 깨끗이 씻어 양념을 한 뒤 찜이나 탕, 구이로 즐겼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특히 임금님의 수라상이나 사대부가의 잔칫상에 올릴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필요한 고급 요리였습니다.
조선 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에서도 소의 위와 장은 기운을 돋우고 비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습니다.
몸이 허할 때 먹는 일종의 영양식이었던 셈입니다.
지금처럼 대중적인 구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1970년대 이후 현대에 들어서입니다.
도축장 주변을 중심으로 신선한 내장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직장인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안주로 사랑받기 시작했습니다.
대대손손 이어져 온 문헌이나 유래를 찾아보면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꽤 깊은 뿌리를 가진 요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곱창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이런 역사적인 배경까지 깊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이 음식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일지 모릅니다.
조선 시대에 정성을 다해 내장을 손질하던 마음이나, 오늘날 불판 위에서 정성스럽게 곱창을 굽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기운이 없을 때 고기 한 점으로 몸을 보충하고 싶었던 조상들의 마음도 지금의 우리와 똑같았겠지요.
직장 생활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지친 날이면 유독 기름지고 고소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곱창 한 점을 입에 넣을 때 퍼지는 그 부드러움은 단순한 맛 그 이상입니다.
오늘 하루도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다는 무언의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과 쌓여가는 업무 속에서 우리는 늘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갑니다.
거창한 보약이 아니더라도 퇴근길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는 소소한 음식 한 접시가 진짜 보양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난히 지치고 기운이 떨어지는 저녁이라면 나를 위한 작은 보상으로 따뜻한 구이 한 판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마주 앉은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한 점 먹는 것만으로도 내일을 시작할 힘은 충분히 채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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